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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주에서 진행되는 재판을 가까운 안산에서 볼 수 있게 된 피해자 가족들과 유족들은 이날 오전 일찌감치 법원을 찾아 상기된 얼굴로 주변을 서성였다.
일부 유족들은 '잊지 말아주세요 0416'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사고를 잊지 말자는 의미의 노란팔찌를 차거나 노란리본을 가슴에 달고 법정에 들어섰다.
법정에 앉은 유족들은 법정 전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화면을 통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재판실황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중계 화면은 재판부와 검사석, 피고인석을 차례로 비추며 피고인들의 표정 하나하나까지 보여줬다. 음성은 천장에 설치된 스피커 9개를 통해 생생히 전달됐다.
유족들은 첫 번째 증인으로 나온 목포해경 이모 씨가 "사고 당시 퇴선명령을 들은 바 없다"고 증언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먼저 구조한 사람이 선원인지 몰랐다"는 증언이 나오자 법정 안은 한스러운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이어 나온 목포해경 소속 의경 김모 씨가 "현장에서 승객들이 배 안에 있을 것이란 생각을 못 했나"라는 검찰 측 신문에 "생각하지 못 했다"고 답하자 탄식이 터져나왔다. 유족들은 김씨가 이후로도 "몰랐다" "못 들었다"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답으로 일관하자 "거기에 왜 갔나" "말이 되나"라며 울분을 참지 못했다.
오후에 이어진 재판에서 사고 당일 진도VTS와 세월호 간 교신내역이 공개되자 유족들은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유족들은 퇴선명령 없이 진도VTS를 상대로 "해경이 구조작업을 하러 오고 있나"라는 말만 반복하는 선원들의 음성을 들으며 "죽을 때까지 감옥에 처넣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당일 진도해역 부근의 수온이 12.6도였고 유속도 약해 물에 뛰어들었다면 저체온증은커녕 6시간 가까이 생존이 가능했다"는 검찰 주장에는 한숨과 탄식이 뒤섞였다. 이어 침몰하는 배의 갑판 문 바로 앞에서 단원고 학생이 찍은 사진이 실물화상기를 통해 공개되자 유족들은 소리 내 울었다.
한때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방청하던 단원고 학생 유족이 흥분해 30분간 재판이 휴정되기도 했지만 안산지원에서는 별다른 소란 없이 중계 방청이 마무리됐다. 이따금씩 재판 도중 방청인들끼리 대화를 나누거나 큰 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법원 측은 특별히 제지하지 않았다.
이날 법정 앞에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 119구급대원 2명도 대기했다. 법원 측은 법정 옆 휴게실에서 간단한 다과와 함께 식수를 제공하는 등 배려했다.
앞서 법원 측은 '세월호 사고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및 가족대책위원회' 측에 75장의 방청권을 전달했으나 이날 법정에는 50여 명만 나왔다. 재판에는 피해자 측 이외에 사전에 약속된 취재진 대표 6명에게도 방청이 허용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재판 중계가 피해자 등의 참여를 위한 것인 만큼 일반인 방청은 제한했다.
이날 재판 중계는 사건 심리를 맡은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가 최근 개정된 대법원의 '법정 방청 및 촬영에 관한 규칙'을 근거로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와 실질적인 재판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허가하면서 이뤄졌다.
개정된 규칙은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에서 피해자 중 상당수가 먼 곳에 거주해 법정에 출석하기 어려운 경우 피해자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재판 중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 재판은 20일 오전 10시 열린다.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 때까지 중계를 허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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